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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변호사의 시선] 도덕적 책임과 형사 책임의 경계
2018-10-25
[YK법률사무소=정윤 변호사] 형사사건 변호사로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의자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종속되어 있는 20대 이하의 피의자 사건을 맡는 경우에는 대부분 피의자 부모님과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최근,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찍었다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의뢰인이 있었다. 의뢰인과 여성은 호감을 가진 채 소위 ‘썸’을 타고 있는 사이였는데 의뢰인은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하여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기에 몰카 혐의에 대한 조사는 간단히 이루어 졌고, 필자는 형사사건변호사로서 촬영된 사진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 당시 피의자의 상황에 대하여 정리를 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런데 이 사건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필자를 찾아왔고, 그때부터 사건 결과에 대한 예측보다 더욱 어렵고 난감한 질문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르고서도 선처를 받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부모로서 앞으로 자식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등 대부분의 질문이 필자가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드님은 술에 만취해서 이 사건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강력 성범죄보다는 경미한 사건이며, 유포되는 등 2차 피해는 없었으므로 도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지셔도 됩니다.”
“아드님이 아무리 술에 만취하였다고 하더라도 몰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동을 저지른 것이기에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평생 이번 사건에 관한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살아가셔야 합니다.”
이 같은 상반된 두 대답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결국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하고 피의자의 부모님을 돌려보내게 됐다. 스스로도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기준의 잣대를 두고 사건을 파악하게 된다면 어떠한 피의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도덕적 책임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억울한 피의자, 피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법률 조력을 해주는 것이 형사 변호사로서의 의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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