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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전문변호사의 시선] 형사사건에 임하는 ‘직업적 양심’
2018-10-25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그동안 법조계에 몸담으며 키워왔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각한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피의자를 변호하는 경우, 주변 지인조차도 법조인으로서의 자격을 따져 묻는 사례가 다반사다. 이런 반응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필자가 처음 형사전문변호사로서 형사사건을 전담으로 맡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갈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들 또한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 있고, 이는 절차 진행 과정상에 보장받아야 하는 방어권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는 헌법상의 권리로까지 보호받는 성질의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일전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 관해 변호를 맡아 불기소 처분의 일종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피해자를 특정해 해당 사진이 ‘몰카’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처분을 수긍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도촬 혐의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소가 이뤄지는 것이 오히려 부당한 처사였음이 확실하다.
변호사로서 도의적인 양심을 우선할 것인지, 직업적 양심을 우선할 것인지는 명백하다.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의뢰인을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고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에 비춰보아도 명백히 불합리하다. 의뢰인은 본인의 행위 태양에 따라 본인이 행하고 인정한 만큼, 그리고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만큼의 책임만 짊어지면 된다. 그 이상의 과도한 지탄과 손가락질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 또한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양심이고 그게 최선 아닐까.
필자는 앞으로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장된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라는 내 직업적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 발로 뛸 것이다.
도의적 지탄 역시 의뢰인이 아닌 변호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라는 신념으로, 오늘도 낮아질 줄 모르는 법원의 문턱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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