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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변호사의 시선] 수사과정에서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2018-10-26
필자는 형사변호사로서 경찰이나 검찰 조사과정에 참여하여 의뢰인에게 법률적 조력을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피의자조사에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추궁하며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만큼, 필자는 의뢰인들에게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세우고 조사에 임할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조사경험이 적은 의뢰인들은 검사나 수사관으로부터 집요한 추궁을 받게 되면 사건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수사기관은 조사과정에서 결백함을 호소하는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심리생리검사, Polygraph)를 받을지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함으로써 의뢰인들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경험이 적은 의뢰인들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반드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1979년 이후 현재까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한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며,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 ①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날 것, ②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킬 것, ③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을 것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있어서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 ① 피검사자의 명시적인 동의, ② 검사기술과 검사방법의 합리성, ③ 검사자의 정확한 판독능력 등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의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강요할 수 없으며, 피의자의 동의하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다 하더라도 해당 검사결과는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 정황증거로 밖에 사용될 수 없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조사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지 않는가?’, ‘정말 결백하다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통해서라도 본인의 무고함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거나 해당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때도 있다.
오늘날 과학적 수사기법들의 범위가 계속 넓어져 가는 추세 등을 감안하여 볼 때, 거짓말탐지기와 관련된 수사결과나 이를 활용한 수사기법들을 완전히 도외시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의해 자칫 그 결과가 좌우될 우려도 상당한 만큼, 수사의 단서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는 피의자의 태도라도 정황증거로 삼고자 하는 수사방법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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