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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전문변호사의 일기] 우리 먼저 대화로 풀어봅시다-조정전치주의
2018-11-08
[YK법률사무소=김신혜 변호사] 이혼을 앞둔 사람들은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하고도, 이혼소송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이혼소송은 진흙탕 싸움’, ‘평생 상처만 남고 아이에게도 못할 짓이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주로 앞서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소송과정에서 상대방과 주고받을 날카로운 말들, 그로 인해 입을 마음의 상처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혼소송을 망설이다가 협의이혼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협의이혼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대화가 되지 않아 이혼을 하고자 하는 상대방과 다시 대화를 통해 협의이혼을 하는 과정은 이혼소송 못지 않은 가시밭길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협의이혼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어 협의이혼을 하곤 한다. 이혼에 따른 문제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러나 이혼소송을 한다고 하여, 반드시 상대방을 향한 포문부터 열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가사사건은 먼저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먼저 당사자들끼리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가사소송법 제50조는 이혼소송을 포함한 일정한 유형의 가사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먼저 법원에 조정을 신청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조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에서 조정기일을 먼저 열어 당사자끼리 대화를 통해 협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이혼소송을 위해 소장을 제출하더라도, 우선 조정사건으로 회부하여 조정기일부터 진행하는 것이 이혼소송의 실무이다.
가정법원에서는 이 과정에서 원만한 조정을 위하여 갈등저감형 소장을 제출하고, 조정기일이 열리기 전까지는 추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서면 등을 제출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갈등저감형 소장에는 이혼의 사유, 위자료 금액, 자녀들의 양육, 재산분할 문제 등을객관적인 항목으로 체크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문장으로 줄줄이 풀어내는 소장에 비하여 비교적 건조하게 작성할 수 있다. 이혼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주요 원인은 상대방의 유책사유를 다투는 부분 때문인데, 갈등저감형 소장을 쓰면 상대방을 향한 공격적인 말을 써내지 않기 때문에 미리부터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어떻게든 이혼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내려는 실무적인 고민이 담긴 해결방법이라 생각된다.
이혼 조정기일이 열리면, 당사자가 출석하여 조정위원의 중재 하에 대화를 통해 서로 합의점을 찾아보게 된다. 이혼을 할 것인지 여부부터 물어보고, 이혼을 한다면 아이는 누가 키울 것인지, 양육비는 어떻게 줄 것인지, 누가 어떤 재산을 얼마를 가져갈 것인지, 이혼사건의 모든 쟁점을 다루게 된다. 조정기일에는 보통 당사자가 변호사인 대리인과 함께 출석하고, 경험 많은 조정위원이 중재를 하기 때문인지, 복잡한 이혼 사건이 조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협의이혼을 의논하는 과정에서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던 대화가 조정기일에 제3자의 조언을 받아 진행되면서 의미있는 결론이 맺어지는 경우를 참 많이 본다. “이혼 조정이요? 협의이혼도 안됐는데 그게 잘 되겠어요?”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의뢰인이 무사히 조정을 마친 후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조정실을 나가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조정이 마치 복잡한 갈등을 해결해 주는 요술방망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받을 상처가 두려운 분들은 이혼조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를 권유한다. 그리고 상대방과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이 아무리 싫더라도, 조정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해서 대화를 해보고 타협의 여지를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상대방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다.
어렵고 힘든 갈등일수록, 해결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은 ‘대화’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사사건에서 조정전치주의가 갖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