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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해고는 부당”… 공생의 의미 곱씹게 하다
2018-11-15
올 초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압구정 구(舊) 현대아파트의 정규직 경비원 94명이 집단 해고됐다. 입주자대표회의(사측)는 경비업무 관리의 어려움과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문제를 사유로 들었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아볼 수 없다’는 개탄이 쏟아졌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정부가 경비원들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해고 경비원 94명 중 74명은 생계를 위해 용역업체에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고용 승계를 받았고, 나머지는 다른 살 길을 찾아갔다.
그 중 한 사람, 이윤식(58ㆍ가명)씨는 그렇게 타협하거나 물러설 수 없었다.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리고 “부당 해고였다”는 정부의 공식 답변을 받아냈다. 외로운 싸움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 울리는 경종이기도 했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5일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는 부당해고이며, 이씨를 원직복직 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중노위 결정은 법적 효력이 있으며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부당해고를 인정 받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5월 동료 경비원 한 명과 함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이씨는 1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정당한 해고였다는 기각 판정을 받았다. 이후 동료는 추가 절차를 포기했다. 이씨 혼자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고, 중노위가 지노위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중노위는 해고 시점(2월9일)부터 원직 복직 시까지의 미지급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해고가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장한 것처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였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측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등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중노위는 ‘직접고용 대신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을 하더라도 최저임금 이상의 인건비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노사 협의를 통해 무급 휴게 시간을 늘리거나 퇴직금 제도를 변경해 임금 상승 압박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었다’는 이씨측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봤다. 이씨의 법률 대리인인 최준현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해고가 정당한 해고라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이유로 무분별한 해고가 가능해지는 점, 경비원 대다수가 정년을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퇴직금이나 호봉 상승 부담이 없는 촉탁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도 판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만난 이씨는 당시 해고 배경에 ‘괘씸죄’가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는 “재건축을 앞둔 노후한 아파트여서 주차난으로 경비원들이 24시간 주차관리를 맡아야 하는 형편이었다”며 “휴게시간에 주차관리를 했음에도 해당 임금을 주지 않아 퇴직한 경비원 등이 고용부에 진정을 넣었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일부 구성원들이 ‘‘을’이 감히 대드니 혼을 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번 중노위 결정은 최저임금 인상은 명분에 불과하고, 실질은 보복성 해고였다는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번 중노위 판정의 법적 효력은 구제신청을 한 이씨에게만 국한되며 나머지 경비원들은 이미 구제신청 기한(해고 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 복직을 원할 경우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씨에게 다른 경비원들과 달리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은행원으로 일했던 이씨는 외환위기 당시 명예퇴직을 당한 뒤 다른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2006년부터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경비원으로 취직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이 무슨 경비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천직으로 생각하고 이번 직장에서는 꼭 정년퇴직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처우와 해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꼭 법적 판단을 받아 보고 싶었어요.”
이씨의 싸움이 원직 복직으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그래도 이씨를 해고해야 한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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