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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변호사의 시선] 스치기만 해도 인정되는 강제추행? ‘기습추행’에 대해
2019-01-07
[YK법률사무소=이준혁 변호사] 우리나라 형법상 대원칙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그러나 유독 강제추행에 대해서만큼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형법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엄격한 법령이기에 그 문언의 해석 및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한다. 이에 형법상 강제추행죄도 그 요건의 해석 및 적용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요건에 의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가해 범행을 저질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강제추행에 대해서 굉장히 독특한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기습추행’의 법리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기습적으로 이뤄진 추행이라면 강제추행죄를 인정하고 있다. 201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곰탕집 성추행’도 기습추행의 법리에 따라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위 법리에 의하면 여성의 신체에 스치기만 해도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물론 성범죄, 특히 강제추행죄는 간음 자체가 요건으로 되어 있어 성립여부가 명확한 강간죄와 비교해서 그 입증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문언 자체를 형해화하는 대법원의 법리가 과연 유지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