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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서로 사랑했다” 주장해도 만 18세 전까지는 불법 - 인터넷 달군 미성년자와 ‘금지된 사랑’ 판결

2017-09-07

 

 

“서로 사랑했습니다.”
 

미성년자라도 13세 기준 형량 차이
12세 제자와 관계한 교사 징역 8년
13~17세는 가벼운 아동 성학대 적용

“합의 관계 없이 엄벌” 여론 높아
‘16세 미만까지 강간죄’ 법안 발의
“성적 자기결정권 감안” 신중론도

 

 

여성 학원강사 권모(33)씨의 사랑의 대상은 18세(이하 전부 만 나이로 표기) 연하의 남자 중학생이었다. 권씨는 2015년에 6개월 동안 구애를 했다. “같이 씻을까?” “안아 보자” 등의 말을 하며 당시 13세인 중학교 2학년생 A군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찾아오게 했고, 네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 메시지 중엔 ‘내가 싫으냐’고 묻는 권씨에게 ‘좋아한다’고 답하는 A군의 문자도 있었다. A군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그 뒤 검찰에 의해 기소된 권씨는 재판에서 “13세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이었을까.
 
법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3부(부장 김동진)는 지난 11일 권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권씨는 수감됐다. 재판부는 “미성숙한 아동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핑계 삼아 성욕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처벌 수위를 높였다. 이 재판에 대한 보도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논쟁이 벌어졌다. “징역 6개월도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다. 남녀가 뒤바뀌었어도 이런 결과가 나왔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2012년 강원도 강릉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체육 전담교사 강모(당시 29세)씨가 초등학교 6학년생(여·당시 12세)과 성관계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관계 과정에 자발적이라고 볼 만한 피해자의 행동이 있었고,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는 점이 ‘인천 여강사’ 사건과 비슷했다. 강씨는 2013년에 징역 8년형을 확정받아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징역 8년과 징역 6개월의 차이는 적용 가능한 법률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던 강씨에게는 양형 기준상 권고 형량이 징역 4~11년인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적용됐다. 교사인 강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신고의무자로 분류돼 가중처벌을 받았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강제력이 동원됐느냐를 묻지 않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상대방을 강간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한다.
 
문제는 ‘인천 여강사’ 사건처럼 피해자가 ‘13세 이상’일 경우에 생긴다. 성관계를 한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와 성인이 모두 “사랑했다” “합의했다”고 주장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은 아동복지법뿐이다.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으로 분류돼 보호받는다. 이 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어기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부분은 2014년 1월에 추가됐다. 대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에 강제성 없는 성관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폭이 넓은 법정형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양형 기준이 없어 판사들의 재량권에 맡겨진 상황이다.
 
지난 9일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판사는 지난해 여고생(당시 16세)과 성관계를 한 ‘스쿨폴리스’ 김모(당시 33세)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아동복지법 위반 이었다. 피해 여고생은 “서로 좋아서 그런 거고 내가 먼저 다가갔다”고 김씨를 두둔하기도 했고, 재판부도 이 점을 고려했다.
 
2014년 1월 이전에는 13세 이상과 합의해 성관계를 한 경우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었다. 이 법에 동의에 의한 성관계를 ‘성적 학대’로 다룰 만한 뚜렷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중학교 여교사(당시 35세)와 경북 고령의 한 중학교 남자 교사(당시 25세)가 각각 15세인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와 금전적 대가 없이 상호 동의 아래 성관계를 한 성인을 더 강하게 처벌할 수는 없을까. 사법적·입법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13년 검찰은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11~2012년 중학생 B양(당시 15세)을 수차례 성폭행해 임신까지 하게 만든 혐의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조씨에게 ‘사랑한다’고 쓴 편지와 문자메시지 등이 발견됐지만 검찰은 “조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작성한 것”이라며 강제성이 처벌의 전제인 아청법상 강간 혐의 등을 적용했다.
 
2014년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형을 선고했지만 같은 해 11월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랑한다’는 피해자 편지의 표현과 빈도 등을 근거로 삼은 판단이었다. 2015년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취지를 받아들여 조씨의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재상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3세 이상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합의” 또는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사건들이 늘자 이유를 불문하고 상대방을 처벌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하는 피해자 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에는 이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높이는 형법 개정안이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발의돼 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형법 제정 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의제강간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성적 행위를 이해하고 판단할 능력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국가 후견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범한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성관계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의제강간죄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16세와 몇 살 차이 안 나는 성인과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등에 애매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이 ‘13세 미만’인 나라는 일본과 스페인 정도다. 독일은 14세 미만 아동과 성행위를 하면 징역 6개월 이상으로 처벌한다. 캐나다에서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적용되는 중범죄다.
 

[출처: 중앙일보] [뉴스 속으로] “서로 사랑했다” 주장해도 만 18세 전까지는 불법​ 

 

기사링크 - http://news.joins.com/article/2185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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