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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법률 ‘톡’] 개인의 사생활과 수사권의 대립
2018-08-08
얼마전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에 대한 위헌소송에 대하여 재판관 6인 대 3인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동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서 인정하며, 다만 단순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해당 조항의 효력이 곧바로 없어져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나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확보할 방법 자체가 사라져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바, 일단 잠정적으로 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고 다만 2020. 3. 31. 까지 새로운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그 효력을 중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결정한 이유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위한 목적은 당연히 인정되며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현재는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요청함에 있어서 특정 시간대 정보주체의 위치 및 이동상황에 대한 정보까지 취득할 수 있는 것을 나아가 너무 광범위한 위치 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 요청 할 수 있는 바, 이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적 요소가 발견된 것이다.
이 판결을 본 많은 댓글을 살펴보면, 누리꾼들은 자신의 기본권과 사회의 안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판결에 대한 타당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최근 자신의 개인의 사생활 보다는 사회의 안전을 중시하고 또는 범죄자에 대한 엄단을 하지 않는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개인 보다는 공동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범죄를 방지하고 수사를 위해서 혐의자 또는 피의자의 위치 정보나 통신사실을 확보하는 것은 수사상 매우 중요한 절차임이 틀림없으며, 처벌을 위해서는 당연히 이러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올바른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무고한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자신이 어떠한 장소에 누구와 있었는지 내밀한 영역에 속하거나 숨기고 싶은 사실이 있다면 단순히 당신이 지금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스스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다.
필자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를 인생의 기준선으로 삼고 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또는 내가 저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내가 기분이 나쁘다면 당연히 타인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 행동을 조절한다. 나는 이 사건을 보고 만약 내가 범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은 일을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고민해 보았다. 필자 역시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일이라는 정의가 매우 모호하기는 하나,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자연스럽게 알려진다면 필자 역시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 역시 정말 수많은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다. 범죄 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을 혹시나 자신들의 결정으로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고려가 분명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헌법재판소는 아무리 공익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 침해가 사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할 소지가 있다면 국가가 더욱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나타낸 것인바,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고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점점 더 혼재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더 많은 가치 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어디까지가 정의인온지 도덕적인 것인지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문제될 소지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자연히 법에 대한 해석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신의 내밀한 사적 영역의 범위를 지키고자 한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