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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사전문변호사의 일기] 쉬운 이혼은 없다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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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에게 맡긴 이혼 사건은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려운 사건이 아니었다. 그들 부부는 10여년 정도 결혼생활을 하다가, 성격 차이로 인해 3년 전부터 별거 중이었고, 그 당시에 이미 재산을 나누어 헤어졌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따로 재산분할을 할 것은 없었다. 결혼 생활 중에도 부부 사이에 폭력이나 외도 등 심각한 유책사유보다는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부부 사이가 멀어져서 별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녀가 없기 때문인지, 부부는 더 이상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마침 함께 살던 집을 재건축으로 인해 비워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별거를 시작했다.

 

 

별거 후에도 그들 부부는 가끔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별거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지자, 그녀는 이제 결혼생활을 완전히 정리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에게 미련이 남았는지, 협의이혼신청서를 내자는 요청만은 한사코 거절했다. 이혼할 방법을 고민하는 그녀에게 이혼조정신청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협의이혼을 거절하던 사람도, 법원으로부터 이혼조정신청서를 송달받으면 이혼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혼조정신청은 한 번 해 볼 만한 시도였다.

 

 

그녀는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걱정이 많았다. 남편이 조정신청서를 제대로 송달받았는지, 언제쯤 조정기일이 잡힐지, 남편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할지 여러 번 전화해 묻곤 했다. 위자료나 재산분할, 자녀 양육 등의 문제가 없더라도, 이혼은 여전히 당사자 입장에서는 난이도 높은 인생의 과제인 것이다.

 

 

다행히 남편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았고, 답변서를 통해 이혼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왔다. 그래도 그녀는 ‘남편이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여러 번 물어보며 걱정했다. 나 역시 ‘조정이 불성립되고 이혼소송을 시작하게 된다’라고 답변해 주면서도, 걱정 많은 그녀가 뜻대로 무사히 조정으로 이혼을 마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남편은 조정기일에 출석해 이혼에 동의했고, 이혼 조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만, 조정위원님이 남편에게 “왜 이혼을 하려고 하냐”라고 물었더니, 남편은 씁쓸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대답이 없었다가 ‘집사람이 너무 원하니까’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혼 조정조서 초안에 싸인을 하면서도 남편은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요즘 널리 알려진 ‘졸혼’같은 형태로 결혼생활이 계속되기를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혼조정을 무사히 마친 후, 의뢰인과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법원 정문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 그들 부부를 또다시 만났다. 남편은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으나, 아내가 사양한 모양이었다. 10여년을 같이 살았던 부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 한 켠이 쓸쓸했다. 그들도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속에 결혼식장에 입장하고, 백년해로 하라는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을 텐데, 결국은 이혼 조정실에서 결혼생활의 끝을 맺게 되었다. 지켜보는 내 마음도 묵직하게 조여오는데, 의뢰인의 마음은 얼마나 쓸쓸할까. 생각보다 여운이 긴 사건이었고, 세상에 쉬운 이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이 사건을 돌아보며, 의뢰인에게 이혼이란 인생을 건 큰 결정이기 때문에, 어느 사건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결심을 또 한 번 새겨 본다. 그리고 나의 조언 하나, 나의 조력 하나가 의뢰인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사건이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 본다.​ 

 

 

기사링크 :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48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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