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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법률 ‘톡’] 같지만 큰 차이를 보이는 고소와 진정
2018-11-08
TV 속 드라마를 보면, 피해자 역할을 하는 배우가 가해자에게 항상 이렇게 외친다. “너 고소한다. 고소할거야.” 반면 이런 말은 자주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너 진정할거야? 진정해버린다.” 사람들에게는 “고소”라는 말은 친근하지만, “진정”이라는 말은 어색한 듯하다.
고소와 진정은 언뜻 생각하면 그 역할에 있어서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소와 진정 모두 특정한 피해 사실을 적시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은 고소와 진정을 접수하면 모두 피해 사실이 맞는지 수사를 개시한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고소와 진정이 차이가 없다면,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고소와 진정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고소는 수사의 단서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제기하면 수사기관은 반드시 형식상 입건 절차를 거쳐 수사에 돌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고소사실에 대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고소를 하는 입장에서 반드시 수사기관이 고소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하므로 더 좋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단점 또한 존재한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형식상 입건 절차가 이루어져 수사단계에 돌입하기 때문에, 피의자 쪽에서는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피의자는 고소장을 보고 그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수사상 필요한 부분을 가리고 고소장을 열람 등사해주기는 하나, 피의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고소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반하여 진정은 수사의 단서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기관은 형식상 입건 절차를 거치치 않고, 내사로 진행이 가능하다. 내사로 진행하기 때문에 피의자 쪽에서는 수사진행상황을 알 수 없으며, 정보공개청구 또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업비밀 유출 등 수사의 은밀성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고소 보다 진정을 통한 형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물론 진정은 내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인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되면 아무런 처분 결과 없이 내사종결을 하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고소로 할지, 진정으로 할지는 전문적인 법률상담을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일수록 섣부르게 고소장을 접수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가까운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