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검찰이 정인이 목숨을 앗아간 양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점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법조계에선 살인죄 적용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고 검찰 역시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눈치다. 다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오는 13일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방임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와 남편 안모씨 첫 공판기일을 연다. 법에 적힌 형량만 보면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살인죄는 사형도 적용되지만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에 분류된다.
국민 여론은 물론, 법조계 역시 살인죄 적용 주장이 거세다. 치사는 실수라는 점에서 살인과 다르고, 실제 형량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을 보면, 보통동기 살인 기본형이 징역 10~16년이다. 반면 아동 학대 치사는 기본 4~7년에 불과하다. 가중해도 6~10년이다.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은 기본 23년 이상, 무기징역에 해당한다. 감경해도 20~25년이다.
여성변호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살인죄 적용을 촉구했다. 16개월 된 아이의 내장이 끊길 정도로 폭력을 가했다면 치사가 아닌 살인이 맞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결과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정황들도 이를 상당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강제수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법과 법조계 해석이다. 법원이 사건을 접수한 이상, 피고인은 검찰과 동등한 입장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다. 검찰에게 남은 방법은 기존 증거 재검토와 참고인 조사를 통한 조서, 전문가의 새로운 소견 활용 등이다.
서정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본인들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당시 경위나 동기,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발생 가능성을 따져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검찰이 부검 결과에 대해 재감정을 의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기소 이후인 지난달 중순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정인이 사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초창기면 몰라도 막판에 검찰이 (살인죄를 증언할) 제3의 인물을 찾았다면, 진술 왜곡 가능성 때문에 재판부가 믿기 어렵다"며 "뭐든지 초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 심리가 치사에 집중된 상황에서 살인죄 유무죄를 판단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검찰이 재감정을 요청했다는 건,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뭔가를 찾아낸다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검찰이 첫 재판 연기를 요청해 공소장 변경 근거를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시간적으로 공소장 변경이 어려우면 얼마든지 (요청은) 가능하다"며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면)기존 증거로도 (재판부가) 얼마든지 살인죄로 해석해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인이 사인 재감정에 대해 공소장 변경이 아닌 '명확한 실체 규명'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명확히 규명된 실체 관계에 따른 정확한 법률 판단을 위해 재감정을 의뢰한 것"이라며 "기소했다 해서 그 노력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엄중하지만 한편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소 이후에도 실체 규명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전날 서울남부지검에 여러 의학 논문을 인용해 정인이 사건에 대한 살인죄 적용이 타당하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 임현택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정인이 사건에 대해 열흘 넘게 고심해 수많은 의학 논문 등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74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검찰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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