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광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 사는 법(法), 오늘(20일)은 항소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판결 가져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내일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하여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김 지사처럼 형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1심, 2심, 3심, 3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심 판결을 받은 이후 항소를 하는 피고인의 경우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에서 받은 형벌보다 더 가벼운 형벌을 받기 위해서 항소를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괜히 항소를 해서 괘씸죄로 1심 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이러한 쟁점이 불이익변경에 관한 문제인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사안을 조금 각색해 보면요. 김모씨는 사업을 하던 중 배임과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1심을 거쳐 2심 법원에서는 김씨에 대해서 징역 4년을 선고를 했는데, 김씨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배임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된 상태로 파기환송 판결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김씨에 대한 제2심 공판이 열리게 됐는데요.
2심 재판부는 배임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배임 부분은 무죄로 판단을 하고 사기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는데, 형량에 있어서는 환송 전 2심 판결과 동일하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김씨가 이렇게 환송 전 판결이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똑같이 판결한 것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하여 판단을 구한 사건입니다.
▲앵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가 흔히 삼 세 번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1심 판결을 받고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항소라고 하고, 2심 재판을 하고 다시 대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상고라고 하고,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상소라고 부릅니다.
상소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형이 더 낮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건데 괘씸죄로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도 있는 거거든요. 이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항소하는 것을 머뭇거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상소심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실체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상소를 하는 피고인이 더 무거운 형벌을 받지 않도록 정해놨는데 이것을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라고 합니다.
▲앵커= 1심 보다 2심 형이 더 무겁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거는 어떤 경우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네,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건데요. 형사재판의 경우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검사가 항소했거나 둘 다 항소를 했던 경우일 것입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피고인만 항소를 했을 때 원심에서 받은 형보다 더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지 검사만 항소나 상고를 했거나 검사와 피고인 모두가 항소나 상고를 했을 경우에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벌이 당연히 가능하게 되겠죠.
뉴스에 나오는 판결들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검사와 피고인 쌍방이 모두 항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심보다 2심에서 더 무거운 형벌이 나오는 경우를 보셨을 것입니다.
▲앵커= 대법원 파기환송심 같은 경우는 말씀하신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나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 형사소송법 제368조에서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99조는 항소심에 관한 규정을 상고심에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고심의 경우에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분명한데 이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이 되냐 했을 때 상고를 하기 전에 있던 파기환송 전 사건이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파기환송을 받고 다시 열리는 재판이 있을 텐데 이 두 재판을 비교해서 환송 전 원심판결보다 환송 후의 원심판결이 더 무거워지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면, 벌금형을 선고받고 다시 상고를 했는데 환송 후 원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거나 아니면 우리 사안처럼 환송 전 재판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환송 후에는 징역 6년을 선고한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되게 됩니다.
▲앵커= 이번 사안에선 대법원에서 사기와 배임 중 배임은 무죄, 사기만 유죄로 선고했음에도 파기환송심 형량은 똑같이 징역 4년이 선고됐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했나요.
▲강천규 변호사= 결론적으로 우리 대법원은 환송 전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아까 살펴봤던 형사소송법 368조 문헌을 봤을 때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으로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원심판결과 같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일단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고요.
더 중요한 부분이 상소심이 원심법원이 형을 정할 때 전제로 삼았던 사정이나 견해같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구속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상소심이 전제로 삼은 사정을 만약 달리 본다고 하면 환송 전 판결과 환송 후 판결이 동일한 조건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혐의가 무죄가 됐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형이 더 가벼워진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해서 정리해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고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심, 2심, 3심의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판은 양심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유무죄 판단이나 형량에 있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때 피고인 본인이나 가족들이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원심판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나 상고를 할 경우 상급심 재판부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형벌을 내릴까봐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그렇게 상담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신 것처럼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있어서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으시다면 무거운 결과를 받을 것을 걱정하지 마시고 다시 한번 상급법원 판단을 받으실 수 있도록 그렇게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판결 결과가 과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더 다퉈보라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