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처음 만난 A와 B는 서로 호감을 가지고 단둘이 술집에 가서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후 함께 모텔에 가게 된다. 다음날 오전 10시 서로 발가벗은 채 모텔 침대에서 눈을 뜬 A와 B는 서로 화들짝 놀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며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문제, A와 B 중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일까? 아직은 감이 오지 않겠지만 재판의 결과를 따져보면 쉽게 감을 잡을 것이다. 1년 후 A와 B 중 한명은 상대방으로부터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받게 되고, 다른 한명은 준강간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게 된다.
자,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준강간죄로 재판을 받은 사람이 바로 남자라는 것.
준강간에 있어 만취상태는 여자를 피해자로 남자를 가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남녀가 함께 술을 먹는 동안 여자는 점점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가 되어 버리고, 남자는 점점 술에 취해 잠재적 성범죄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좋았던 분위기는 다음날 아침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로 변해버리고 어느 누구도 남자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여자에게 있어 만취상태란 자기가 성관계를 원치 않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지만, 남자에게는 재판에서 자신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심신상실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강간을 했다는 정도의 참작사유정도만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때, 다들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술에 만취했는데 성관계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 아니겠냐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말로도 남성들에게 희망 섞인 말을 해주긴 힘들 것 같다. 관계가 없었어도 남자는 어차피 준강간 미수로 처벌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아직도 A와 B 중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인지는 모르겠는가? 사실 그 점은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든 남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편향된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처음 만난 여자에게 수 천 만원을 쓰고 전과자가 되는 남자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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