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0. 연애술사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 약 110만의 관객을 몰며 흥행에 성공했던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평범하게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 희원(박진희 분)은 훌륭한 성형외과 의사 남자친구의 프로포즈를 받고 마냥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전 남자친구인 지훈(연정훈 분)으로부터 온 비보. 모텔에서 전 남친 지훈과의 성관계가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소식을 접한다. 영화는 이 영상을 찍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고 그 끝은 영화가 늘 그렇듯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식의 해피엔딩이다.
그런대 실제로 이렇게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저게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 막 사랑하는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런대 그때 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면? 이 프로포즈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 이루어지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에서는 어땠는지 한 번 살펴보자. 예전 o양 b양, h양의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은 물론 00녀라고 불리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일반인의 성관계 동영상들까지, 당신이 휴대폰을 들고 1분만 검색해도 나오는 이야기의 피해 여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영상 속 주인공들인 연예인들은 모든 경제활동을 접고 몇 년간 숨죽여 이 동영상이 잠잠 해질 때까지 숨어 지냈다. 그리고 00녀로 대변되는 일반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결국,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여성인 피해자는 몇 년간 이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마에 깊이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영상들은 대부분 졸렬하고 옹졸한 복수심을 채우기 위한 남자들에 의하여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복수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피해 여성의 인생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만다. 충동 또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자신에게는 성범죄자라는 전과를 남기고 피해 여성에게는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사회에서 한 여성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게 살인과 뭐가 다를까? 더 이상 복수심이라는 허울 아래 한 사람의 인생을 밑바닥까지 떨어트리는 이런 범죄를 단순히 성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피해여성의 존재 자체를 지우는 이 행위를, 살인과 같은 중범죄로 보아 이러한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사랑은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 판례와 전과로 남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