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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짓말 탐지기에 대하여
2017-07-25
성범죄는 주로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다보니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결국 참고인들의 진술에 의존을 많이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원하기도 한다.
거짓말탐지기는 주로 혈압이나 맥박을 그 대상으로 일상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기준점으로 잡아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거짓말탐지기의 역사 또한 길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서울시경찰국(현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에서 미국이 원조물자로 제공한 거짓말탐지기를 수사에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다만 긴 역사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79년 대기업 회장 아들이 여고생을 살해한 ‘백화양조 사건’에서 당시 수사기관은 거짓말탐지기를 통하여 피의자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였으나,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79. 5. 22. 선고 79도547 판결).
이후의 우리 법원의 태도는 일관되게 ①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심리변동이 일어난다, ② 심리변동이 일어나면 반드시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③ 그 생리적 반응을 기계가 정확히 판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충족시킨 후, 질문사항, 검사기술 및 방법 등이 합리적일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거짓말 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의 법감정과 다소 괴리감이 있을 수 있으나,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가 99%라 하더라도 1%의 오차로 인하여 무죄인 사람을 유죄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법원의 태도에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게다가 신체적 반응을 그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일정한 연습이나 훈련을 하면 결과를 얼마든지 조작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굳이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당황, 긴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적인 변동이 거짓말로 탐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른 채 거짓말 탐지기를 만능으로 믿고 자신의 혐의를 벗겨주리라는 기대에 찬 의뢰인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 탐지기가 수사과정에서 참고용으로 사용되기는 하나 이에 섣불리 참여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고, 결국 변호인으로서는 거짓말 탐지기를 제외한 기타 정황들을 열심히 확보하고 분석하여 변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성범죄에서 전문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참고인들의 진술만 믿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우리에게 유리한지, 무엇이 불리한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전문 변호사의 역할일 것이다. 특히 수사 초기부터 일관된 대응을 해야하기에,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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